이 쇳물이 '코로나 위기도 녹였다'
지난날 쇠를 녹이고 자르는 일을 하며 굵은 땀을 흘리는 이가 애국자였다. 그 시절 최고의 찬사가 '산업역군'이었는데, 우리 사회는 그 헌신에 존경을 담아 쇠를 만지는 뿌리산업 노동자를 산업역군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날 4차산업혁명의 선두그룹에 선 대한민국은 뿌리산업을 3D(Dangerous, Dirty, Difficult)로 취급한다.
젊은이들은 산업역군을 '노가다'로 폄훼한다. 삶이 윤택해진 대신, 성실한 땀을 흘리는 모든 일이 조롱받는 세상이 됐다.코로나19 사태는 공고하다 믿었던 세계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중에서도 4차산업혁명 대두 이후 우리의 시선 밖으로 밀려난 '제조업'이 진가를 드러냈고 터부시됐던 뿌리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 뿌리입니다
자부심으로 일어선
'국가대표 기술자들'
코로나19로 긴장하고 있지만 그는 두렵지 않다. 기술이 있고 뿌리산업은 결코 죽지 않을테니까. "가장 기초가 되는 공정이면서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해 성과를 내야 하는 산업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구요."
금형기업 '제니스텍' 오금옥 대표
"공무원을 해볼까 하고 학원도 좀 다녔고, 철도청 기관사를 준비해볼까 고민도 좀 했어요. 근데 당시만 해도 공무원 월급이란 게 너무 적기도 했고, 다들 기술 배우면 먹고 살 수 있다고 하고. 뿌리산업이 당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어요."
표면처리 기업 '동명금속' 이재동 대표
"눈이 확 돌아갔다고 말하면 될까. 건물의 뼈대역할을 하는 철근도 도금을 해야 더 오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철근에 녹이 발생하면 콘크리트가 터져버릴 수 있으니. 이런 걸 알고 나니, 이건 안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주조(서광금속)
서광금속은 철을 녹여 모래틀에 붓고 1~3일 동안 식혀서 엘리베이터나 호이스트·크레인 등 산업기계 부품을 만든다. 주조는 금속을 액체로 녹여 형틀에 붓고 굳혀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기술로 기원전 3500년 경부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금형(비즈엔몰드(주))
비즈엔몰드(주)는 창업자가 구상한 제품 아이디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이 가능하도록 찍어내는 틀을 제작해 시제품을 만들어 준다. 금형은 제품의 최초 틀을 설계, 제작하고 같은 모양의 틀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게 큰 틀을 만드는 기술이다.
소성가공(엠케이전자(주))
엠케이전자(주)는 금·은·구리를 구멍(다이스홀)에 넣고 강한 힘으로 잡아당겨서 15~18㎛(머리카락 4분의 1 굵기)의 '본딩 와이어'를 만든다. 소성가공은 재료에 외부적 힘을 줘서 모양을 변형시키는 기술로, 불에 달궈진 쇠를 망치로 두드리는 것이 대표적 예다.
용접접합(동원파츠)
동원파츠는 부품을 빠르게 회전시켜 발생하는 마찰열로 알루미늄 판에 기둥을 접합해 반도체 가공 장비의 부품 '가스디스트리뷰터'를 만든다. 용접은 소재·부품을 열이나 압력을 이용해 접합하는 기술이다.
열처리(제일HTC)
제일HTC는 자동차·항공기 금속 부품의 온도를 1천℃까지 올렸다가 20℃로 급랭시켜 단단하게 만든다. 열처리는 금속에 가열·냉각을 반복해 재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수명을 늘리는 기술이다.
표면처리(동명금속)
동명금속은 초음파 진단기·X레이 진단기 등 의료 기기 표면에 아연을 얇게 입혀서 녹이 스는 걸 방지한다. 표면처리는 부품의 표면에 금속을 입히거나 화학물질로 코팅해 보기 좋고 단단하며 전기가 통하거나 통하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팬데믹도 버텨내는
'뿌리깊은 한국경제'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IMF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1.2%,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며 세계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선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경제의 근간에 '제조업'이 뿌리내리고 있어서다.